The idea of approximation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본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지글러 지금/ 유영미 옮김/ 해제 우석훈/ 부록 주경복/ 갈라파고스 출판사/ 2008
유엔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가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짜여져 있다. 1999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에 2000년 저자에 의해 독일에서 독일어로 증보출판되었다. 한국어판은 2007년에 1쇄가 출판되었다.
책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90년대에는 세계인구의 19~20%가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렸다(너무 높은 숫자가 아닌가!). 세계인구가 먹을 식량의 2배가 되는 양의 생산이 가능한데도 이러한 기아가 일어나는 원인은 자연재해, 정치부패(군벌끼리의 갈등, 내전, 불안한 사회제도, 사회기반시설의 미정비), 시장가격의 조작(가난한 사람들이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이 없음, 최저가격 보장을 위한 수확량 제한, 수송경비변동, 투기거래 등에 따른 식량가격의 거품), 전쟁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원인을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워싱턴 합의 때문. 워싱턴 합의란 미국과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 발전모델로 삼도록 하자고 한 합의를 말한다. 냉전 붕괴 이후 미 행정부와 IMF, World Bank 등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는 '위기에 처한 국가' 또는 '체제 이행중인 국가'에 대해 미국식 시장경제를 이식시키자는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존윌리엄슨은 1989년 자신의 글에서 이를 '워싱턴 합의'라고 불렀다. 워싱턴합의는 사유재산권 보호/ 정부 규제 축소/ 국가기간산업 민영화/ 외국자본에 대한 제한 철폐/ 무역자유화와 시장 개방/ 경쟁력 있는 환율제도의 채용/ 자본시장 자유화/ 관세인하와 과세영역확대/ 정부예산 삭감/ 경제효율화와 소득분배에 대한 정부지출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인도적 구호조처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긴급구호식량 등을 배급,관리할 때 도움을 줄 나라의 사회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원조보다는 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 자급자족을 하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업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작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땅과 배회하는 농민들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3)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인의 관심과 인간성의 회복이다.
다소 알차보이는 위와 같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책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대화형식이나 인터뷰 형식의 책을 다소 좋아하지 않는 점도 한 몫을 했겠지만, 신자유주의에 대한 극도의 배척감을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그 논거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네슬레에 의한 아옌데 정부의 고립이라던가 프랑스 정부의 조종을 받아 자국군부에 의해 살해된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의 이야기 같이 일반적이고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실 이외의 증거들은 포착하기 어렵다는게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가 구조적인 (혹은 경제적인) 기아를 없애지 못하는 데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기아가 극심한 나라의 정부와 다국적 기업 사이의 돈의 흐름에 대한 대차대조표나 현금흐름표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기아가 극심한 국가들은 내전이나 사회구조 자체의 특성 때문에 제대로 된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이 펼쳐졌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 같다. 원인을 A,B,C,D라고 해놓고,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한 비난은 모두 C에만 돌리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아옌데나 상키라 정부의 개혁은 정부의 역할은 증가하였을 지라도, 그건 정부가 안하던 일을 했을 뿐이지, 시장이 작동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어떻게 보면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채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인두세 폐지도 그렇고, 개간가능한 토지의 국유화 부분도 그렇다. '토지를 국유화'했으니 사회주의적 정책처럼 보이는데, 책의 설명에 따르면 마을의 운영책임자들이 마음대로 땅을 할당하던 방식(무엇을 경작할 지 명령, 농사일정을 결정, 강제노동 등)에서 토지를 각 가정의 수요에 따라 재분배 하여 토지대장을 작성하는 개혁이라고 한다. 빈곤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라면, 차라리 밀턴 프리드만의 자본주의와 자유 중에서 빈곤의 완화에 대한 챕터에 더 잘 쓰여져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