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dea of approxi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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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교육과 정보경제학

Econoim 2007. 8. 17. 00:07

교육에 관한 한 도무지 해법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교육부와 대학교들간의 줄다리기는 다소 눈에 띄는 점이 있어서 몇 자 메모해 놓는다. 정보경제학 책도 한 번 다시 볼 겸. 여기서 적용한 정보비대칭 문제는 학력위조에도 적용될 수 있는 논리인 것 같기도 하고.

대학교가 출산율 저하 등의 문제로 더욱 좋은 인재를 고르기 위해 각종 평가반영 방법 및 비율에 대해 고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학생들의 숨겨진 자질에 대해 역선택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좀더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있는 평가기준을 고르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최근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하여 내신의 반영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각 대학들이 내신은 믿을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여기서 문제의 본질은 수능중시냐 내신중시냐 하는 지엽적인 데 있지 않다. 만약 역으로 수능이 변별력이 없었다면, 각 대학들이 지금과 같은 반발을 했을지 의문이다. 즉,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은 정보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 공교육의 정상화에 대한 방법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이 밀어붙이기식 규제가 아닌지..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경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시장 역시, 사교육의 폐해가 커졌을 경우, 정부가 나서서 대입 정책의 주도권을 대학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틀린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규제는 전혀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은 학생들이 좋은 내신을 받을 수 있도록 시험을 쉽게 출제하고 있고, 정보 비대칭에 직면한 대학들에게 내신은 더이상 '신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논술이나 면접의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이 다시 사교육에 몰리고, 공교육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일반적인 역선택의 해결방법은 신호발송과 선별이다. 그런데, 고등학생들은 신호발송을 할 수 없고, 대학들은 선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역선택을 해결하기란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신호발송과 선별의 측면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더 나은 학교에 가기 위해 정보를 보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수업을 열심히 들을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고), 대학들은 더 좋은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학생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정보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측에서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신호를 받을 수 없다면, 중요한 정보를 잃어버리게 된다. 정부가 정한 기준(여기서는 내신)이 여러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위험을 반영하고 있지 않은 한, 각 대학들은 전체 학생들의 노력을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수능성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건, 결과를 평가하기 보다는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다소 뻔하지만 중요한 결론. ㅎㅎ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 규제를 하느니, 질좋은 공교육을 제공하여 바람직한 자원배분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인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런지. 이미 싼 가격에 지불되고 있는 강남의 인터넷 방송은 전국에서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게 더 많이 생겨야 하지 않나 싶다.

각 대학들이 변별력이 없는 내신을 평가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은, 학점 인플레가 만연해진 요즘 시대에 각 회사들이 대학교의 학점의 비중을 입사시 점수 비중에서 낮추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시장은 정보가 있는 곳에 가중치를 부여하기 마련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