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dea of approxi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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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류세의 크기

Econoim 2007. 6. 23. 00:41

유류세 관련 포스팅을 예전부터 할까 하다 망설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제대로 관련자료를 찾아보기 전에는 어떤 말을 하기 힘들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에 관련 신문 기사를 볼 여유조차 부족해서 많은 자료나 논의를 읽어본 상태가 아니라서 더욱 쓸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생각을 바꾸어 포스팅하게 된 이유는
1) 시작이 반이기 때문에 일단 생각부터 적어놓고 추가로 찾아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음. 어쨌든 이렇게 적어보는 것도 세금 공부의 하나 일테니! 
2) 어제 MBC 100분 토론 보고 '우리나라에서 세금에 대한 논의가 이렇게 부족하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

참고로! 본 포스팅에서 나오는 수치는 대부분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냥 신문에서 본 것 혹은 들은 것이고 (이런게 워낙 틀린 게 많아서..)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다만 뜬금없이 2003년도 숫자가 자꾸 튀어나오는 이유는 내가 외우고 있기 때문에... 7월 초에 최종 논문 인쇄 나온 다음에 수정 예정 --;;;


1. 관련 세금의 진짜 크기는 얼마일까?

2003년도 교통세 세수는 10조원 가량. 교통세에 붙는 부가세, 주행세, 교육세를 포함하여 2006년에 23조 가량이라고 집계된 듯 하다.

2. 타국가와 비교하여 적정한가?

- 일단 비교 대상으로 나오는 미국, 일본 이런 데는 제발 제외해주길 부탁한다. 특히 미국은 예외적으로 유류세 부담이 낮은 나라인데, 미국이 이렇게 낮으니, 우리나라도 낮추자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맨큐가 pigou club 이란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게 바로 교통세와 같은 피구조세적 세금의 부담이 현재 매우 낮기 때문에 올리자! 라고 주장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은 맨큐 홈페이지에 포스팅이 종종 올라오는데 최근에 가입한 사람이 Feldstein과 괴짜경제학을 쓴 Levitt.

- 전체 예산 중에서 유류세의 비중을 따지는 것도 약간은 모호한 문제인 듯 (정부에서는 이 부담이 OECD 국가 중에서 중간 정도이니 높은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음). 우리나라 조세부담률(혹은 조세+국채의 부담률) 자체가 OECE 국가중에서 높지 않은 편인데다가, 특정 세금의 비중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나라에서는 법인세가, 어떤 나라는 소득세가, 어떤 나라는 부가가치세가, 어떤 나라는 유류세의 전체 세수 대비 비중이 높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좀 높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님.)

- 다른 나라의 세부담과 비교할 때에는 전체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는 것이 제일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데 이 통계는 아직, 지나가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3. 누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가?

- 어제 100분토론에서 듣기로는 석유류의 외부비용은 2005년에 23조, 여기에 교통혼잡비, 환경오염비 등을 합치면 40조라고 한다. 도대체 이 비용은 누가 부담한다는 말인가? 일부에서는 (ooo당이나, 어제 토론에 나오신 모 경영대 교수님..) '예산 낭비를 줄이면 되지요' 하는데 그렇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40조면 전체 2003년도 국세가 147조인데 이 중  25% 이상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외부비용은 결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일 것이다.
 (잠깐 삼천포. 이 내용을 어느 정도 정리만 해도 정부의 입장에서는 논의하기가 쉬울텐데 왜 그렇게 못할까? '세금을 걷는 것의 혜택을 여러분은 이만큼 누리고 있습니다'라고 잘 선전만 하더라도 조세저항 줄어들텐데.. 조세저항은 둘째치고라도 "아무런 대책없이 감세하겠습니다라는 말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자들은 거짓말쟁이입니다"라는 사실 정도는 광고할 수 있을텐데..)

- 교통세는 대표적인 교정과세이다. 세금을 올림으로써 부의 외부효과를 발생시켜 시장에서 초과생산되고 있는 재화의 사용을 줄이자는 것. 외부비용을 제거 하는데 쓰자는 것. 심지어 교통세 모두 용도가 지정되어 있다. 도로 교통을 위해서, 환경보전을 위해서, 그리고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서.

- 이렇게 용도가 지정되어 있는 편이(교통세가 특소세로 전환되느니, 그냥 목적세로 남아 있는게) 오히려 'good earmarking'의 사례라는 것.

-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존재하는데, 1) 환경부담에 대한 비용을 왜 교통세에 몰아세우느냐는 것, 2) 세금에 대한 탄력성은 조사마다 천차만별인 듯.

- 누구를 위해 세금을 낮추자는 걸까? 국민을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현재 2009년까지로 시한이 정해져있다. 세금이 폐지되면 특소세로 전환되는 것이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금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세수나 세부담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세금이 낮아지거나 폐지되면 정유사가 세금 없어진 틈을 타서 이득을 늘일 것 같다. 세금 내린 만큼 원가가 올랐기 때문에 가격을 내릴 수 없어요...하면 그만 아닌가? 문예진흥기금 없어져도 영화관람료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 물론 국민을 위해 좀 낮춰주어도 괜찮겠지...하지만 결국엔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다. (저주같다.ㅋㅋ)

4. 그럼 이 높은 부담을 그대로 유지하자고?

- No. 정유사의 이득을 낮추면 된다. 요즘은 공공연한 사실로 인식되는 듯 한데, '국제유가가 내릴 때, 국내 유가는 소폭 내리고, 국제유가가 올라갈 때 국내유가는 확 오른다'는 사실은 세금 문제보다 더 큰 비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세금의 편익은 온 국민이 누리지만, 정유사의 이득은 온 국민이 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사실 이 자료가 궁금해서 어제 100분 토론 본 거였는데 시간 관계상 이 부분은 거의 토론하지 못했다. ㅠㅠ 그나마 나온 사실+논의+내생각조금...들을 메모해 놓자면,

- '국제유가가 오른 시점에서 국내유가가 오른 시점까지의 차이'가 '국제유가가 내린 시점에서 국내유가가 내린 시점까지의 차이'보다 짧을 것이라는 점(이것은 통계로 정확히 집계된 것은 아니고 추측성 발언인 듯 함)

- 원가에서 제품가격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의 문제 때문에 원가공개가 어렵다고 한다. 하나의 원유에서 휘발유, 등유 등 여러 종류가 나와서 각각의 원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정유산업에 있는 사람들은 원가회계를 배운 사람들이 없나? 비슷한 이야기로 현재 오가는 이야기로는 빽마진이라고 주유소에 넘어가는 원가가 알려진 것보다 60원 정도 낮을 것이라고 하는데, 얼마든지 합리적인 방법으로 추정 가능할 것 같다. (엉터리 추정이 얼마나 많은데... 그 중에서 그나마 현실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정유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비정유,정유의 비중은
매출액의 경우  비정유:정유=19%:81%
영업이익은 비정유:정유=69%:31%라고 함.

- 정유산업의 이득은 유전개발이나 기술개발 등에 써야 한다고 한다. 그걸 꼭 국민이 부담해야 하나?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만 한다면, 세금보다는 이런 곳에서 줄이는 게 맞지 않을까... (통신산업에서의 기술개발비용을 국민의 핸드폰 요금으로 부담하는 것과 비슷한 논의..)


* 기타 잡설.
1. 쓰고 나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너무 ~~할 것이다 따위로 쓴 것 같지만 (교수님께 걸리면 죽음인데 ㅠㅠ), 가뭄에 콩나듯, 혼자 떠드는 포스팅이니 괜찮겠지. ㅋ
2. 쓰고 나서 보니, 역시나 "정작 중요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조사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찾기 쉬운 것들만 조사하고, 논의하기 쉬운 것만 끄적대다 말고.
3. 분명 관련이 있는데, 그게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라고 하는 사람한테는 무엇부터 설명해 주어야 할까. 경제학에서 교과서적 논리는 집어치웁시다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 때문에 조세개혁도 해어진 바지 기우듯 이루어지는 것 같다.
4. 어제 100분 토론 진짜 실망 그 자체였다. 본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5. 100분 토론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시민단체에서 일하기 싫어진다. (일할 생각도 없지만.)
6. 쓰고나니 논리적인 오류나 단어의 잘못된 선택이 조금 보이는데(예를 들면 교통세가 'good earmarking'이라는 것.), 논문도 아니고, 여기에 쓰는 시간이 다른데 쓰는 시간의 가치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시간을 쓸 이유가 없어서 그냥 놔두려고 한다. (하지만 잘못된 것 지적 리플 환영.) 포스팅할때도 꼼꼼히 따져서 글쓰는 사람들 너무 대단하다...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