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dea of approximation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 본문
학문적으로 부동산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지만, 내 살 집 마련하기 힘들다는 거 하나는 안다. 얼마나 비정상적인 시장이었고, 거기에서 기회를 잡은 사람과 안 잡은 사람들의 격차가 어느 정도이며, 어느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추이를 따라왔고, 어느 동네가 높고 낮은 지 정도는 안다. 우리나라에서 맞벌이로 온갖 기준에 걸리는 정도라 혜택을 받기 어려운 정도의 고소득 수준에서 4인 가족을 꾸리면서 어디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결혼 후 10년간 고민하고 지켜보고 해 왔기 때문이다.
오늘 발표된 부동산 정책은 연소득 7천 이하에는 대출을 풀어준단다. 그래봐라, 집값만 오를테니.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한 번 실패해봤으니 아, 이제 뭐가 틀렸는지 알겠어, 이제 잘할 수 있어, 생각하는건가? 저러한 정책을 펴는 사람들은 나는 집이 있으니까 이제 집값을 올리자는 심보인가?
나는 집값을 올리거나 내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그냥 안정적으로 올랐으면 하는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너무 많이 올랐으니 이거 좀 내려야해 하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더 망하는 정책을 들고 오는 것 같다.
저런 정책이 현실적인가? 연소득 7천 이하는 이미 서울에 집을 살 수 없다. 그럼 지방은? 살 수 있는 사람은 또 최대한 사면서 또 오를 거다. 이미 패닉이 너무 심해서.
작년에 대출 규제가 너무 심할 시절. 정부는 오히려 갭투기를 부추겼다고 생각한다. 갭투자를 하지 말라는데, 대출 규제가 너무 심해서 집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거의 갭투자였다. 순수하게 <예>를 들면, 자본금이 2억이라면, 2억짜리 갭투자 할 수 있는 10억짜리 집은 살 수 있다. 그런데 그냥 한 7억짜리 집은 살 수가 없었다. 대출이 9억 이하 40%인데, 7억에 40%면 3억도 안된다. 자본금 2억하고 합쳐도 터무니없다. 물론 지금 갭투자는 본인이 지금 살 집이 하나 더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데, 지금 같은 집값추이에서는 저 갭투자 다들 할 것 같지 않은가? 현실적으로 서울에서 7억짜리 집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 대출 규제를 뚫기 위해 자본금 3-4억 정도는 모아 둔 연소득 7천 이하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재정학을 왜 전공했냐고? 왜 정책을 만드냐고? 시장이 그 자체로 괴물이 되어 굴러가는 걸 막지 않으면 사회가 망하기 때문이다. 재정학은 사회가 순수 모형 경제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추구하는 정책을 항상 고민한다.
그 와중에 달린 댓글, 대출이 줄면 이제 집값이 내릴거에요. 아이고 절대 그렇게 안될 것 같아서 여기 또 불쌍한 영혼이 하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지경.
머리랑 몸 밖에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집으로 투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저 그들이 누렸던 교육수준보다 높은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수준을 물려줄 수 있을 정도의 가정을 꾸릴 수가 없다. 예전에는 평균 소득을 가지고도 10년 정도면 내집마련을 했다. 지금은 상위 3% 이내의 근로소득이 있는 집에서 10년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노동소득에 대한 경멸을 심어준 정권이다.
그 부분이 화가 난다. 노동소득에 대한 경멸을 주는 사회로 만들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