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량경제학
Econoim
2007. 11. 6. 19:23
청림출판
모이제스나임 지음
주제도 신선한 편이었고, 구성도 논리적으로 전개도가 그려질 정도로 잘 짜여진 편이어서 좋았으나, 그걸 훨씬 뛰어넘는 불편함이 두가지 있었으니, 하나는 숫자를 쓸 때 좀 더 신중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었다는 점, 둘째는 좀 재미없게 쓰여졌다는 점이다. 어떤 수치를 인용할 경우에는 연도나,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많이! 부족한 편이었던 듯(물론 대부분 예상가능했지만, 다시 몇 번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주요 통화당국의 자산이 2004년에 약 20조 달러라는데 도대체 주요 통화당국이 어디냐고-0-;; 그리고 출처좀 적어주지? 자료 출처가 하나도 없어서 신빙성이;;;), 그리고 무기, 마약 이런 건 하나도 모르는 얘기뿐이라 그런가 번역이 좀 별로여서 그런가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질 않더라, 누가 마약계의 전설이니, 어떻게 잡혔다느니..그런 재미없는 부분을 좀 지나고 나니 내가 관심있었던 저작권이나 돈세탁, 정부얘기가 나와서 뒷부분은 그나마 좀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도 단점이 너무 커서 그런가 주제에 비해서 책은 약간 별로였다고 생각하지만, 전반적으로 추천에 가까움.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회는 정말로 돈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그냥 생각해봤을 때, 금융이나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아무래도 지하경제가 줄어들지 않나? 거래 자체가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에, 돈세탁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돈세탁규모/전체 거래 자체는 좀 낮아지지 않을까? 혹은 기술의 발달로 다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으나...(우리나라만 해도 신용카드나 각종 제도 도입 이후 지하경제가 많이 작아졌다고 추정되고 있고... )
저자는 세계화, 경제개혁, 신기술, 인터넷, 정부규제의 증가 등등 경제환경이나 구조적인 문제들 자체가 경쟁을 부추기고, 일반적으로 지하경제는 '돈'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 더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실제 데이터도 그렇다고 주장한다. 즉, 일반적으로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트랜스드니에스터와 같은 나라들의 돈세탁업자, 암거래조직, 그리고 셀 수 없는 불법다운로드 네티즌과 짝퉁 구매자들은 엄청난 규모의 금융거래(그 안에서 바늘보다 작은 마약/무기대금 거래), 사생활을 보호하는 제3세계의 금융기관, 못 사는 나라들의 부패한 관료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저작권 문제들의 기회를 틈타 지하경제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소프트웨어, 음악, 영화 불법 다운로드/ 짝퉁구매와 관련된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내 생각은 가능하다면 시장을 몇 개로 분리해서 각각 한계비용에 맞게 파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아마도 현실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시장분리의 경우 재판매가 불가능해야 하는데, 기술의 발달로 충분히? 가능해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업계시장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주 싼 형식의 소프트를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좀 비싼 형식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던가. 짝퉁 브랜드 시장의 경우도, 짝퉁 사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효용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감수하면서도 사는 거고, 구별이 어려운 건 그만큼 더 비싼거고.
저자도 인정하듯 검은 거래는 낮은 도덕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높은 수익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적어도 시장경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시장이 무너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은 지불하지 않을까? 단지 복제의 한계비용이 0이기 때문에 복제를 하는 게 아니라, 복제하지 않는 경우가 자신의 편익에 비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복제를 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가격이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낮아진다면 얼마든지 짝퉁이 아닌 진짜를 구매할 것. 즉, 공공재와 비슷한 지적재산권 대상 재화의 사적인 한계효용곡선을 스스로 드러내도록 가격체계를 유인구조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문제는 이 편익의 경우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인데(재산권의 대상이 되는 재화의 속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짝퉁이나 게임 소프트웨어의 경우 개인의 한계편익이 대부분 일치하겠지만 음악은 장르가 다양해서 워낙 다양하듯이),), 그렇다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복제의 한계비용이 0 이기 때문에 아주 쌀 것. 뭐 불특정 다수가 존재하는 시장이야말로 완전경쟁에 가까울테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장을 분리하기 위해 복제가 힘든 제품을 적절한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와 개발에 노력을 쏟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
내가 순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반시장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푼도 안냈을까? 게임시장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한푼도 안냈을까? (내가 순진한걸까? ^^; ). 다 한계비용이 한계편익보다 크니까 안내는 거 아닌가? 음악을 한곡씩 많이 구매해봤지만, 정말 화가 나는 점은 DRM이 걸려있어서 삼성에서만 산 것은 삼성에서만 쓸 수 있다는 것. 심지어 한 제품에만. 삼성의 다른제품에도 안되는 듯. - 지금은 다른 제품에는 되나? 예전엔 그랬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제품이 그러고 있다고 알고 있다. 멜론에서 A 휴대폰 용으로 산 음악은 B 휴대폰에는 안되는 식. 그리고 B 휴대폰에 되더라도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는 절대 안됨. 이러니 누가 같은 음악을 여러번 돈 주고 사겠는가? 그냥 불법 다운로드 하고 말지. 게임도 마찬가지. 중고시장에서 얼마든지 돈 내는 사람 많다. 23000원에 게임을 샀다가 20000원에 다시 가져다 팔면, 3000원만큼의 사용비용만큼은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내지 않을까? 23000원의 게임*여러종류의 비용을 누가 감당을 하겠는가? 물론, 사람들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비경제학적인(?) 해답이겠지만, (예를 들자면) 적어도 100원 200원 그런 식의 비용을 부과하되 기술의 발달로 시장의 분리를 유지하자는 게 기본적인 나의 생각이다..
정말 불법 사용자 때문에 저작권을 가진 사람들의 이윤이 줄어들어서 새로운 창작활동이 방해되는 것인지, 아니면 유통구조의 문제 때문에 저작권을 가진 사람들의 이윤이 줄어들는 것인지, 정보가 공개되고 진지하게 토론이 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법 다운로드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을 찬성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점을 방해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적어도 자본주의 시장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 '적정수준의 규제'가 이루어지길. 책에 나온 다른 나라의 많은 합법화 사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아,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 일반적인 기술이나 정부의 통합에 관한 것들이고, 다만 이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이 더 좋은 것 같아서 메모해 놓는다. (이하 책에서 인용; 중간중간 중략하였음)
첫째, 검은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익을 삭감하는 것, 둘째, 검은 거래가 야기하는 사회적 피해를 측정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것, 셋째, 정부를 운영하는 예산상의 제약을 고려할 것. 즉, 규제철폐와 합법화는 암거래업자의 가치와 사회의 해로움을 줄인다는 전제 하에 선택되어야 한다. 논의 중인 싸움의 도구 전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 그것이 검은 거래의 수익을 줄이고 덜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 것인가? 또 정부 관리, 기업 간부, 은행가, 소비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검은 거래에 참여하게 만들었던 유인을 줄여줄 것인가? 물론 이 모든 질문에 미리 나와 있는 대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