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버드경제학
Econoim
2011. 6. 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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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지음/ 최지희 옮김 / 에쎄 출판사
학사나 석사 정도의 경제학 전공자들에게는 (좋지는 않고) 괜찮은 책이었는데, 일반 국민이나, 박사 이상의 전공자들에게는 좋은 책은 아닐 것 같다. 최대한 많은 내용을 압축하여 담고자 하였기 때문에 '진짜 공부'과정인 생각하는 과정, 혹은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고, 전공자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그리 설명이 친절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석학들이 생각하는 현실경제와 관련하여 답에 가까운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학석사 정도에게는 내용을 리마인드 시키기에 괜찮은 <노트 한 권을 마련했다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답만 있고 과정이 없다는 것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오염세 징수와 쿼터 거래제도가 지니는 장단점을 비교하는 부분에서 Weitzman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어느때 가격을 통제하고 어느때 수량을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온다. 답은 "오염감축의 한계비용이 오염감축의 한계효과를 대표하는 직선보다 기울기가 가파를 경우, 오염세를 징수해야 한다"이다. 감축의 효용과 비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경우에 따라 또 답이 다른데, 이러한 것들의 설명이 부족하다. - 재정학 책에 보면 아주 자세히 나와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전공자들은 아 답이 그거였지 하고 떠올리기는 좋은데 생각하는 연습은 그냥 교과서를 보는 게 낫지 이 책으로 공부하는 건 어렵다.
그리고 어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 한 이슈에 대한 토론의 흐름을 보는 것 - 책이 참 잘 되어 있다. 예를 들면, "1997년 선진국들이 서명한 '교통의정서'가 2005년 2월에 발효되었다. 미국은 의회의 비준을 얻지 못해 2001년 3월에 탈퇴했다. 가입국은 2008년에서 2012년까지 1990년 기준으로 배출량의 5%를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이 조약은 시장에서 (이산화)탄소가 거래되는 것을 허가했다. 이러한 내용들은 전공자 중에서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따라가기 쉬운 흐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책에서 잘 정리를 해 놔서 좋긴 하다.
혹은 책 내용의 특성상 현실 경제를 숫자로 정리해 놓은 것, 혹은 <알기 쉬운 미국의 제도>들을 정리해 놓은 것들도 참 맘에 든다. 예를 들면
- 미국 정부는 매년 갖가지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하거나 탈세한 금액이 세수의 14% 가량임을 인정한다.
- 많은 국가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부가가치세를 징수하고 있지만 미국은 부가가치세가 없다.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설명을 하다 말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전공생이라면 차라리 현실 경제와 관련된 논문들을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꼭 어려운 수식으로 쓴 논문 말고 report 나 advice 같은 것들이 붙은 imf나 oecd의 paper들도 있고, 책에 나온 교수님들의 칼럼이 훨씬 나을 것 같다. 그리고 번역도 별로이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문제제기가 잘 되어 있다면 좋을 수도 있는데 다음과 같다.
- 부자일수록 사는 집이 크고 대출이 많으며, 정부에서 제공하는 이자보전(실제로는 정부보조금) 혜택이 크다. 세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정책은 과연 공평한 것인가? 만약 정부가 주택대출 이자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중단한다면, 조세수입은 2008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900억 달러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펠트슈타인 교수는 이자보조금 지급에 상한선을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 세제개혁의 핵심은, 세율은 낮추되 과세표준을 확대해 부자들이 애용하는 특별공제 조항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사회적 (후생)손실을 줄일 수 있어 세제가 더 효과적이고 공평하며 간단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