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Job sharing

Econoim 2009. 3. 4. 10:02


1. 잡셰어링은 비효율적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용을 1명 늘리기 위해서는 임금 외에도 많은 부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근로자의 일과 임금을 줄이고 새로운 근로자를 뽑아서 일감을 나눠주면 비용-산출 상의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게 된다. 100명이 10시간씩 일하는 게 200명이 5시간씩 일하는 경우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기존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데 비해서는 고용을 별로 못 늘리게 된다. 기존 근로자의 입장에서나 기업의 입장에서나 부담이 큰 방법이라는 것이다. 잡셰어링을 함으로써 불황에 필요한 구조조정이 더디어 지기도 하고..

그리고 일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잡셰어링이라는 정부의 요구를 통해 뽑히는 직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인데, 왜냐하면 정규직 신규 채용은 장기적으로 너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직원에게 기존의 정규직이 하던 일을 똑같이 나눠 줄 수는 없다. 곧 떠날 사람이기에 충분한 훈련시간을 투자할 수 없고 또 보안상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신규 비정규직 고용자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서 필요없는 일을 만들어내게 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기존 근로자의 업무부담은 거의 줄어들지 않은 채 임금만 깎이고, 신규고용자는 불안정한 신분으로 별로 필요도 없는 일을 낮은 임금으로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급여보다는 인턴급여 형태의 지출이 낫다면, 시행되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청년인턴, 행정인턴 등의 제도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냥 돈을 나눠주는 것보다는 받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차라리 실업보조금을 뿌리는 게 낫다면 그 보조금은 어쩔 수 없는 지출이 되는데, 이게 어쩔 수 없는 지출이라면, 실업보다는 고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고(그렇다고 돈을 아무에게나 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력이 한 줄 들어가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자기개발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어떻게든 사회가 부담을 해야 하는 비용이라면, 청년인턴의 방식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3. 정부는 엉뚱한 방법을 쓰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엄밀히 말하면 잡셰어링은 아닌 듯 하다. 잡셰어링이란 현재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일(노동시간)을 줄여서 그만큼의 일감(노동시간)을 신규 근로자에게 나눠줌으로써 고용을 확대하거나 혹은 해고될 근로자에게 일을 나눠줌으로써 해고를 막는 정책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하는 일은 신규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줄여서 청년인턴에게 주고 있다.

신규근로자들은 시간당 임금이 줄어들면 소비가 줄어들고, 청년인턴들은 쓸데없는 일을 맡게되어서 자기개발의 기회를 가질 수 없을 뿐더러, 기업입장에서도 청년인턴들을 위한 고정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인턴을 뽑는다고 임금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 그러면 어떻게?

원래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잡셰어링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즉 일을 나눌 때 다음과 같은 경우에 나누어야 한다. 추가고용의 부담은 거의 없고, 일감은 그 성질상 나누기 쉬운 경우라면. 아마 시간대비 눈에 보이는 일의 성과가 비례하는 제조업과 같은 직종이 그렇지 않을까 한다. 그런 경우에 잡셰어링을 도입했으면 좋겠다. (근데 이 경우엔 노조의 반발 때문에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것 같다. 노조.. 정신 좀 차려라.. 아니 경제가 어려워서 시간을 줄이겠다는데 어떻게 시간을 줄이는 거 가지고 파업을 하는지? (2008년 하반기/지금 기사를 못찾겠다.))

시간당 임금을 줄일 거라면 왜 신규근로자의 것이어야 하는가? 신규근로자의 일이 줄어들어서 청년인턴과 공유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돈 많이 받던 사람 월급으로 청년인턴월급 대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턴들한테 무슨 일을 시키느냐인 것 같다. 기업 보안 때문에 회사 일을 시키긴 어려울 지 몰라도, 연구기관에서는 리서치 팀에 투입해서 무슨 자료가 필요한지, 그 자료는 어떻게 얻는지, 이런 일들은 사고력에도, 자료를 접하는데에도, 사람들과 연락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일을 할 때 필요한 기본을 배울 수 있는 일들인데, 지금처럼 청년인턴들은 복사만 하다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추후 채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부정적 신호를 줄텐데 안타깝다. 좋은 사례들도 많을텐데..

다음 기사는 관련내용이 잘 정리된 것 같아서.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451